[2024][24년 5월] 뭐야 내 2~4월 돌려줘요

연옥
2024-05-29


...어떻게 회고를 3개월이나 쉴 수 있지...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언제든 다시 시작하는 게 백 번은 낫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


돈 벌려고 하는 일
  • 작년 여름부터 하던 데이터 검수 알바 계속 진행중. 능숙해질 수록 작업량과 급여를 올려주는 시스템인데, 지금 월간 목표 수입의 약 70~80%까지 버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앞으로도 잘리지 말고 계속 잘 해보자.
  • 이에 더해 자막 번역 일을 새로 시작했다. 번역 결과를 평가받고, 좋지 않은 평가가 누적되면 소리소문 없이 잘릴 수도 있다.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것과 번역을 잘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 자만했다가 연달아 안 좋은 평가를 받고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실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서 동기부여가 잘 된다. 새로운 걸 배우고 있다는 기분이 정말 오랜만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노력하는 만큼 실력과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좀 더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
  •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간연옥낙서 연재를 조금 했고, 그밖에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그림을 간간히 그렸다. 하지만 그게 다다. <별게 다 불편해> 시즌3 연재를 마친 후에는 글도 거의 쓰지 않았고, 워크샵이나 모임도 모집하지 않았고, 팟캐스트 녹음도 쉬었다.
    나의 일에 동참할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 많이 지쳤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월 목표 수입을 올리게 되니까 전만큼 절실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번역이라는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모임을 기획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설령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만큼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을 것 같다.
    덕분에 SNS 체류 시간을 일 30분 미만으로 줄이고, 대신 나의 내면과 오프라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매일 매일의 하루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직장인 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무미건조하고 지겨운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모객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사라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외부에 계속 보여주고, 일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전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돈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 오히려 그래서 그런가, 책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차기작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 책 하니까 생각났다. 내 책이 아닌 다른 작가님 책을 한 권에서 두 권 정도 편집, 출판하게 될 것 같다. 꽤나 기대가 된다.
영감 수집, 미래를 위한 투자
  • 꼭 영감 수집 목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지 않으니, 그 시간에 대신 푹 쉬면서 영화랑 드라마를 엄청 봤다. 마음에 꼭 드는 작품들을 만나서 푹 빠져서 감상하는 시간을 오랜만에 가졌다. 조만간 감상을 써볼 예정이다.


마음

정신건강
  • 안정적 수입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나니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지만, 그럼에도 고양이 병원비로 중고차 한 대 값 지출한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어서 통장이 쪼달리고 마음이 후달릴 때도 있었다. 이건 근데 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쪼달림과 후달림을 아예 안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감정이 찾아왔을 때 전보다 덤덤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 대신 직장 다니던 시절처럼 돈'만'을 위해 일하기만 하니까 조금 갑갑했다. 물론 직장에서 일하던 시간에 비해 요즘 생업에 종사하는 시간은 거의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 말고 나를 위한 일을 그닥 열심히 하지는 않다보니... 고여있는 기분이 들었다. 삶이 자잘한 부업을 조각조각 이어붙인 거적떼기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거시적인 목표나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이렇게 된다.
    그래도 번역에 재미를 붙이게 된 이후에는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달래볼 예정이다.
  • 아, 우울했던 이유가 또 있었지. 3월에 영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금니에 씌웠던 크라운이 빠지고,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러서 인대가 늘어났다. 한국처럼 바로 1차 병원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서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서 그런가, 어금니와 발목 모두 최근까지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심지어 어금니는 치과에 거금을 주고 크라운을 갖다가 씌웠는데 갑자기 없던 통증이 생겨서... 힘들게 붙인 거 다시 다 떼어내고, 신경치료 다시 하고, 임시 크라운 씌워서 경과 보고, 지금은 최종_최종_최종.crown을 임시로 붙인 채로 경과를 보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매주마다 치과를 갔다..ㅎ 음식을 한 쪽으로만 씹어먹을 수 있으니 너무 불편하고, 통증이 심할 때엔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다. 발목까지 상태가 좋지 않아 외출도 힘들었던 건 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깨닫고, 발목이 조금 더 나으면 얼른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 근데 벌써 많이 더워졌는데 어쩌지.
취미, 여가
  • 한동안 손을 놨던 뜨개질을 다시 시작했다. 주변에 선물로 줄 숄도 몇 개 뜨고, 오랜만에 코바늘도 다시 잡아보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여름 뜨개에도 재도전했다(...) 역시 한동안 안 하다가 하니까 되게 재밌다. 그러고보니 처음 입문했던 게 2021년 가을이니까, 곧 경력 3년 차가 되겠구나. 뿌듯하다.
  • 집 근처에서 재봉틀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당근마켓을 호시탐탐 지켜보다가 아주 저렴하게 나온 작은 재봉틀을 하나 입양했다. 뜯어진 바짓단 수선하고, 작은 파우치랑 머리끈도 만들어보고 싶다. 바지나 원피스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원데이 클래스에서 파우치 만드는 데에만 한 세월 걸린 걸로 보아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 <죽음의 바느질 클럽>에서 배웠던 직조 자수 수선법으로 R의 바지를 수선했다. 다 헤져서 보기 흉할 정도였던 바지를 다시 입을 수 있는 모양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니! 마법사가 된 기분이었다.  


관계

  • 가족 행사 때문에 영국에 2주 간 머무르면서 참 행복했다. 나에게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늘어져있을 수 있는 곳이 무려 시댁이라니, 나도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다시 가고 싶은데, 한 번 다녀와보니 장기 여행이 만만치 않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흑흑...
  • 원 가족과도 전에 비해 좀 더 편안해졌다. 전처럼 가족 행사 전에 공황 발작을 경험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와 적당하고 건강한 거리를 지켜주는 가족들 덕분이다. 지금 딱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 건강 문제 때문에, 그리고 100% 재택 근무를 하는 일만 하다보니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괜히 위축되고, 전보다 말이 더 없어지고, 말을 할 때마다 뭔가 내가 자꾸 눈치 없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속으로 계속 자기 검열을 했다. 그나마 이번 달부터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을 다니게 되어서, 전보다 소리내어 대화를 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천천히 다시 사회화(?)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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