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뉴스레터를 제작하니까 그걸로 회고를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뉴스레터를 만들어보니 자잘한 회고가 너무 TMI처럼 느껴져서... 회고는 여기에 계속 작성하는 걸루.
일
돈 벌려고 하는 일
- 영상 번역
- 총 201분 진행. 요즘 들어오는 일감 자체가 부쩍 줄고, 그나마 들어오는 것들도 10초 내외의 초초초단편 영상이라...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에서 토요일 정도에 같은 고객사에서 요청하는 1시간 내외의 웨비나 영상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지난 몇 주 간은 그렇게 일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주7일 일하는 게 너무 벅차서 이번주는 쉬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이 가져간 걸 보고 살짝 아쉬울 뻔했으나, 잘 쉬어야 또 잘 일할 수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자.
- 데이터 검수 알바
- 늘 하던대로 하고 있다. 작업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월 목표 수입의 약 70~80% 정도를 채우는 수준. 이번 달에 유독 급여가 높게 찍혔길래 '오, 평소보다 일이 좀 더 많이 들어왔었나?' 했는데, 알고보니 사측에서 급여를 계산하는 수식이 잘못 입력해서 일부 업무가 약 3개월치나 가불이 되었던 것. ㅎㅎ.. 다행히 월급을 뱉어내지 않고, 미리 받은 만큼의 작업량을 모두 소화할 때까지는 해당 업무에 대한 추가 급여는 받지 않는 걸로 잘 합의되었다.
- 단순 노동이다보니 지겨울 때도 있고, 습관적으로 반복하다가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실수를 줄여야 앞으로도 계속 잘 일할 수 있겠지. 고정 수입을 찾아 헤매며 쩔쩔 맸던 과거를 한 방에 청산시켜 준 고마운 일이다. 목표는 잘리지 않는 것...!
하고 싶어서 하는 일
- 수입 관련된 일은... 놀랍게도 위 두 개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 니트인베스트먼트 참가자들 대상으로 주1회 지원되는 카페 공간에서 같은 요일, 시간에 모여 함께 일하는 작업 모임을 열기는 했다. 하지만 유료 모임은 아니다. 보증금을 받긴 하지만 당일에 참석할 경우 바로 돌려주기 때문에, 이전에 운영하던 유료 글쓰기 모임이나 작업 모임과는 차이가 있다.
- 비록 수입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모임 소개/홍보글을 작성하고 구글 폼을 만들면서 오랜만에 모임 기획하는 재미를 느꼈다. 근데 정작 현재까지 참석 신청한 사람은 단 한 명(...) 모집단이 스무 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아서 예상을 못 한 건 아니다. 회차별로 참석 가능하도록 기회를 열어놨으니 앞으로는 더 많이 오겠지? 설령 오지 않더라도 수입이 걸린 문제는 아니니까 그냥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 혼자서라도 무료 작업 공간 활용한다는 기분으로 참여 및 운영할 예정.
영감 수집, 미래를 위한 투자
- 서울국제도서전 사인회 & 그림 이벤트 참가
- 이건 영감 수집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미니북 <The Trip>을 제작해주신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출판사의 초대를 받아서 간 자리이긴 하다. 하지만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있으니, 늘 어둡게만 느껴지던 출판계의 미래가 살짝 밝은 것 같아 약간의 희망도 느꼈다. (물론 작년보다 행사장 규모도 작아지고 참가사도 줄어들었지만...) 나의 그림을 받아간 분 중 한 분은 지방에서 올라오셨다며, 이제 버스를 타러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신다고 했다. 멀리서도 많이 찾아와주시는 행사라는 걸 실감했다. 언젠가 제로페이퍼도 꼭 부스를...!
- 내가 책을 팔지 않는 자리다보니 관람객으로서 마음껏 즐기고 쉴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오랜만에 아는 작가님들과 인사도 나누고. 작년처럼 독립출판 부스에 해외 셀러들이 많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그만큼 아는 얼굴들이 많은 건 좋았다.
- 다음 책은 꼭 소책자 형식의 만화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책들이 간간히 보였는데 개성있고 또 아주 비싸지 않아서 가격대도 괜찮았다. 재봉틀로 북바인딩이 가능하다면 수제작도 아주 어렵지 않을 듯 하다.
- 두성종이 '인더페이퍼' 방문
- 네일기 작가님이 100% 타자기로 제작할 예정인 차기작을 위해, 마음에 쏙 드는 종이를 찾으러 인더페이퍼에 방문했다. 결론적으로는 일반 종이보다 단가가 약 8배 비싼... 코튼 함량 100%인 종이를 쓰기로 했다. 다른 괜찮은 종이도 있긴 있었지만 코튼 종이의 퀄리티가 정말 압도적이었다. 촉감, 번짐/뒷묻음, 두께 등등... 어차피 대량 제작은 하지 않을 거라, 이왕 수제작 할 책이라면 재료값도 아끼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네일기 작가님의 건승을 빈다.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편집을 해야하는 나도 화이팅...)
- 방문한 김에 위에서 언급한 소책자 만화책을 위한 종이도 몇 종류 골라보았다. 나는 쨍한 백색보다는 부드러운 미색, 반들거리기보다는 조금 거칠고 촉촉한(?) 종이가 취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단 4절지로 몇 장 샀는데 어디서 어떻게 샘플을 인쇄해볼지는 고민이다.
마음
정신건강
- 전보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 고정 수입, 그리고 번역이라는 커리어의 가능성을 발견한 영향이 크다. 아-주아주 크다.
- 회사 나와서 이리저리 구르며 고생한 결과, 마음의 평화 유지를 위한 조건은 다음 두 가지더라.
-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마음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생활리듬이 깨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취미, 여가
- 재봉틀과 밀당중.
- 막상 할 때에는 마음처럼 안 되는 것도 많고, 자꾸 실이 엉키고 끊어지고, 하다못해 일자로 박는 것만 해도 너무 어렵고...(그래도 요즘 일자로 박는 실력은 좀 나아졌다.) 그래서 잔뜩 스트레스 받다가 집어던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생각난다. '아, 이번엔 이런 파우치 만들어보고 싶다.' '지퍼도 달아보고 싶다...' 등등.
- 그렇게 스트링 파우치 대여섯 개, 북커버 세 개, 사각 파우치(지만 재단을 엉망으로 해서 16각 파우치에 가까운) 한 개를 만들었다. 많이 만들었네...!
- 대바늘은 쉬어가는 중. 요즘은 코바늘이 더 재밌어서 열심히 모티브를 뜨고 있다. 조만간 종이실을 몇 개 더 사서 챙모자를 떠볼까 싶다.
- 자기 전에 폰 대신 책을 읽다가 잠드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렇게 한국과 영국에서 중고로 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과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다 읽었다. 영문 페이퍼백 책은 누워서 한 손으로 들고 읽어도 가벼워서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조만간 녹사평에 있는 외국 책 중고 책방을 가서 다음에 읽을 책을 사야겠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영국에 가면 그때는 꼭 중고 책방이랑 빈티지 샵 열심히 돌면서 저렴하고 오래된 물건들 많이 데리고와야지. (한국에서는 아무리 중고라도 외국책은 많이 비싸다.)
관계
- 며칠 전에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뵙고 왔다. 내 나이에 조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신다는 게 점점 드문 일이 되어간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구순이 넘으신 친할아버지는 혼자서 거동을 거의 못하시고, 정신은 대체로 명료하지만 말씀이 많이 느려지셨다. 명절마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내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오시던 시절이 이젠 오랜 옛날이다.
- 반려자와는 늘 평안하다. 서로가 서로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방법을 완벽에 가깝게 터득했다. 그리고 둘의 관계 밖에서, 각자 영위하는 삶과 커리어 측면에서 일이 큰 문제 없이 잘 풀리니 설령 둘이서 문제가 생겨도 너그럽게 넘어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동네 친구네 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요리하고, 수다를 떨거나 동네 산책을 한다. 우리 동네에 찾아온 친구 부부와 부부 동반 모임을 하기도 했고.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니까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역시 커진다는 걸 느낀다. (물론 진정한 외향인에 비하면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훨씬 더 선호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뉴스레터를 제작하니까 그걸로 회고를 갈음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뉴스레터를 만들어보니 자잘한 회고가 너무 TMI처럼 느껴져서... 회고는 여기에 계속 작성하는 걸루.
일
돈 벌려고 하는 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영감 수집, 미래를 위한 투자
마음
정신건강
취미, 여가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