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알바 수입만으로도 월 목표 수입의 100% 혹은 그 이상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일의 양이 많이 늘었다. 확실히 주머니 사정이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이 정도 양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너무 안일해지지 말고 번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보자. (서두르지 말고!)
번역 알바
요즘 일이 거의 안 들어오거나, 들어와도 주말에만 일이 확 몰린다. 예전에는 주말에도 시간 쪼개서 일을 했었는데 그렇게 주중에는 재택 알바, 주말에는 번역을 하면서 주7일 일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가끔 들어오는 일도 패스했더니 감을 많이 잃었을까봐 걱정이다.
자기소개서 첨삭
아주 오랜만에 큰 건이 들어왔다. 몇 년 전에 자기소개서 첨삭을 의뢰했던 고객이 재의뢰한 경우인데, 난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 합격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곳 지원할 때에도 꼭 나에게 맡기고 싶어서 다시 찾아오셨다고. 정말 감사했고 엄청나게 큰 돈을 쾌척(?)하셔서 기뻤다. 그만큼 나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거니까.
다만 확실히 일을 좀 쉬다가 하니까, 전에는 완벽주의를 150% 발휘했다면 지금은 90~100% 정도로 내려온 기분이었다. 그걸 이유로 큰 실수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뭔가 클라이언트 응대할 때 감이 좀 떨어졌다는게 느껴졌다. 하지만 최소한 말투나 응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이전처럼 지나치게 냉철하고 딱딱하게 보이기보다는, 좀 더 인간답게 느껴지도록 스스로가 변화한 게 느껴진 건 좋았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잘 맞는다...! 모객 스트레스만 제외하면 클라이언트랑 작업 내용 협의하고 작업 진행하는 과정이 참 즐겁다. 얼굴을 안 보고 일해서 그런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출판
외부 작가님 원고가 다음 달이면 마무리 된다. 물론 얼마든지 더 미뤄져도 나는 큰 상관은 없으나 일단 우리끼리 협의한 날짜는 그러하다. 남의 글을 읽고 만지는 재미를 잊고 있었다. 바로 위에서 자기소개서 작업 했다고 쓰긴 했지만... 그거랑은 완전히 다른 목적이니까. 타인의 내밀한 삶을 가장 먼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참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첨삭이든, 출판이든, 나를 생각하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내 책도 써야하는데... 예술복지 어쩌고 지원금(이름이 하도 길어서 매번 헷갈린다)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연말까지는 최대한 작품을 완성하는 게 좋겠다. 사실 그림책 작업으로 에세이는 내지 않겠다고 나름의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그림책이 생각보다 엄청 빨리 완성되는 바람에... 이제는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 하루 루틴에 글쓰기를 넣자. 글쓰기 모임 운영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지.
팟캐스트
프니 작가님 덕분에 순항중. 이렇게나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하고 있으면 상대방이 나 대신 조용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그럴까봐 내심 걱정이다. 나는 대본 쓰고 SNS 관리하고 작가님은 파일 편집, 업로드를 담당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보다는 훨씬 더 테크니컬하니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닐텐데 늘 감사하다. 언젠가 우리가 각자 팟캐스트를 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으나(그런 날 안 오고 <걸어서 조직 밖으로>만 천년만년 함께할 수 있길)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팟캐스트 못한다. 편집할 줄 모르니까. 반면 기획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프니는 혼자서도 팟캐스트 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나 버리지 마..ㅋ (아무도 버리겠다고 안함)
영감 수집, 미래를 위한 투자
그림책 워크샵 참석
번역 원데이 클래스 참석(해서 수강 결정했는데 수업 폐강됨..)
6월에는 라이카시네마에서 영화를 엄청 많이 봤는데 7월엔 딱히 그러지 않았네. OTT로 본 작품들도 모두 쏘쏘.
마음
정신건강
4년 만에 약물치료 재개
항우울제 없이 항불안제만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초반에 엄청 졸렸었지만 지금은 좀 적응되어서 괜찮다. 여전히 먹고 나서 약효가 피크를 찍을 때에는 머리가 먹먹하고 멍하고 엄청 졸리다. 기억력도 감퇴되는 것 같다. 그렇게 버스에서 거의 한 시간을 졸다가 가방 두고 내림... 다행히 찾았지만 약 때문에 그렇게 된 게 확실해서 좀 속상했다. 바보가 되는 기분은 늘 별로다. 그래도 이번엔 제발 임의로 단약하지 말고 치료 종결이라는 걸 좀 경험해보자.
그래도 다시 정신과 다니게 된 것치고는 전반적으로 생활에 있어서의 활력이나 부지런함은 꽤 괜찮은 수준. 약 먹기 전에도 그랬다. 개인 위생이나 가사 노동도 그렇고. 가장 큰 성과는 무슨 일을 하다가 자리를 어지르면 그대로 일어나지 않고 바로 치우는 것. 원래부터 깔끔한 분들은 그게 무슨 대단한 노력인가 싶겠지만, 늘 미루고 미루면서 잡다한 짐이 점점 쌓이는 걸 보고 그걸 보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럴 수록 더 회피를 하던 시절보다는 압도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이거 쓰면서 또 급작스럽게 졸려지네...
취미, 여가
재봉틀에 미쳐있다.
처음 코바늘에 입문했을 때, 그 다음 대바늘에 입문했을 때에도 딱 이랬었는데. 오죽하면 그땐 테니스도 안 치면서 테니스 엘보가 왔었다. 초보라서 너무 팔에 힘을 뽝 주고 바늘 움직이다가 무리가 온 것... 아무튼 지금은 그때의 교훈을 잊지 않고 적당히 몸 관리하면서 즐기는 중.
내가 쓸 물건 외에도, 몸 움직임 워크샵 동료들을 포함해서 주변에 주고 싶은 선물들을 마구 만들고 있다. 딱히 줄 사람이나 줘야할 선물이 정해지지 않아도 어떻게든 만들어서 일단 안기고 보겠다는 마음(...) 실력이 좀 더 빠르게 좋아졌다면 몇 개 더 만들어서 닛인베 전시 굿즈샵에서 팔 수 있었겠지만, 그러기엔 여전히 실력이 조악해서 패스.
뜨개질에 재봉틀까지 취미 분야를 확장했더니 온갖 부자재 관리가 너무 힘들어져서 수납 박스를 샀다. 만족 만족 대만족.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단번에 떠올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이었구나.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산 것도 재밌었다. 그 원단을 죄다 버스에 두고 내려서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을 때 빼고는.
통영 여행
여행이야 늘 갈 때마다 좋고, 처음으로 자차를 끌고 가서 훨-씬 편했고(하루종일 운전한 네일기씨는 고생을 했지만), 심지어 서울의 장마를 피해 완벽한 날씨까지 즐길 수 있었다. 임장을 다녀온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제 얼마가 있어야만 어떤 집을 살 수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관계
네일기씨를 만난지 벌써 만으로 5년이다. 미쳤다.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를 오래 만나본 게 처음이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계속 사랑한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반대로 살기에는 무난하지만 더 이상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상대와 계속 살아야하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꽤 괴로울 것 같다...
아빠와의 관계가 부쩍 좋아졌다. 그 계기를 생각하면 좀 속상하지만(나에게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 벌어져서 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짐(?)) 그런 일이 생겼는데도 여전히 좀 섭섭한 관계인 것보다는 백배천배 나으니까.
적다보니 감사머신이 되었네. 근데 그게 사실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별 거 없고 인생은 너무도 짧다. 나에게만 유달리 좋거나 나쁜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내 생각을 바꿔먹는 것. 지나치게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말고(아니다, 기뻐하는 건 그 순간이 전부인 것처럼 기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나의 행동과 태도를 가다듬는 것.
일
돈 벌려고 하는 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영감 수집, 미래를 위한 투자
마음
정신건강
취미, 여가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