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의 안부

연옥
2024-09-30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을 그냥 월요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가 달력을 보고 '뭐야! 벌써 말일이잖아!' 하고 놀라서 부랴부랴 뉴스레터 게시판으로 뛰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부를 전한 이후로 날이 부쩍 선선해졌죠. 각자 계신 곳에서 건강히 지내셨길 바라며,

북페어를 계기로 새로운 인연이 된 신규 구독자 여러분들께 반갑고 감사하다는 인사 전합니다. 


왠지 모르겠으나 심통이 나있는 저희집 둘째 행운이(좌), 첫째 기쁨이(우) 사진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그림책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및 기타 출판사 근황)

2024년 최고의 문제작, 제목을 본 사람마다 '이거... 사람 얘기는 아니죠?'라며 불안에 떨게 만드는 작품, 

<젖꽃지> <탄생구멍> <엉덩이 때려줘> 등 그림책 3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9월 초부터 약 2주 간 예약 판매를 잘 마치고, 중하순에 열렸던 안산 북마켓을 필두로 앞으로 참여하는 북페어마다 적극적으로 팔아보려 해요.

참, 여기에서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답니다. (카카오톡 채널 친구 여러분께는 뉴스레터 소식과 함께 5% 할인 쿠폰도 전달해드렸어요!)


구독자 여러분께서는 대부분 예약 구매 페이지를 보셨거나, 구매를 해주셨거나(감사합니다) 북페어에서 실물을 보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소감이 무척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워서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마치 책을 보고 무척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표지를 펼치면 안 될 것 같은 여러분의 기분이 이랬으려나요. (?)


예약 페이지에도 적었지만, 이 책들은 자기검열을 덜어내고 무의식에 잠재된 이야기를 최대한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세상에 내놓을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면(그리고 책처럼, 거기에 심지어 값을 매겨서 판매한다고 하면) '이걸 보는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걱정에 나도 모르게 주저하는 경험, 다들 한 번쯤 해보셨을 것 같아요.

그러는 과정에서 너무 날것 같고, 좀 부끄럽고, 뭔가 어색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 부분을 잘라내고 다듬게 되죠.

그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깔끔하게 완성된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도 무척 의미가 크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이란 뭘까?' '내가 지향하는 예술은 뭘까?'라고 자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는 늘 듣기에 편안하고 안전한 이야기만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어차피 프로로 데뷔할 게 아니라면, 굳이 실력의 우열이나 좋고 나쁨을 가릴 이유가 있을까?

'나다움'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게 내 안으로 파고드는 용기를 내야하지 않을까?


귀엽고 웃긴 그림책을 만든 것 치고는 지나치게 진지한 고민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아무런 즉흥적으로, 밑그림도 기획도 없이 손 가는대로, 늘 연필과 흑백 디지털 드로잉만 다루던 저에게 낯선 총천연색 색연필과 수채화 물감으로 작업을 하게 됐고요.

재료 특성상 일단 선을 한 번 긋고 나면 수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터치로(?) 모든 그림을 그려야 했답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을 모아서 책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이거 좀 봐주세요'라고 말하는데에 지대한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근데 그 용기를 내보길 잘한 것 같아요.

가족 내에서 대물림되는 트라우마, 나다움과 욕망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갈망 등... 

가장 자유롭게 표현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서 전보다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어요. 

어차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목적으로'만' 만든 작품은 아니니까, 꼭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것 치고는 책을 좀 너무 많이 뽑은 것 같아서 뒤늦은 후회가 들지만... (아니 근데... 100부, 200부만 만들면 권당 단가가 거의 판매가랑 동일해져서 어쩔 수 없었...) 

원래는 북페어에서만 책을 소량으로 판매하려고 했는데, 서점에도 적극적으로 입고를 해보려고 해요.

일던 얇은 zine 형식의 아트북을 적극적으로 입고하는 서점을 아신다면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


참, 차기작 에세이 집필도 나름 순항하고 있어요. 

초고는 다 완성했고 이제 가장 하기 싫은 탈고를 하고 있는데, 역시나 자기검열의 유혹 앞에서 계속 흔들리느라 정신이 없네요 ㅎ...

살짝 스포를 하자면,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은 제가 반려자라는 새로운 가족을 맞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지원사업 일환으로 만들고 있는 책이라서 무조건 11월 말에는 완성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말인 즉슨, 10월 중으로는 편집과 디자인을 모두 마쳐야한다는 소리입니다. 

할 수 있겠죠? 지원금 뱉을 수는 없으니 할 수 있어야만 해요... 할 수 있다고 해주세요 ㅎ..ㅎ..ㅎㅎ


마지막으로, 10월에 예정된 북페어 소식을 안내드립니다.


근처에 계신 분들은 페어에서 반갑게 인사해요. 😁


출판사 근황 마저 살펴보기



2. (파트타임) 학생이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영상번역 강의를 듣기 시작합니다. 와!

12월 초까지 약 두 달 간 주중 매일!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고, 인증을 해야하는데요.

빡빡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걸 배운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행복한거 있죠...💓

부업으로 하고 있던 영상번역일을 좀 더 본격적인 커리어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로, 

지난 두 달 간 혼자서 번역학/국어 맞춤법/제2외국어(이탈리아어) 독학을 하고 있었는데요, 무척 즐거웠어요!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기쁨, 그만큼 나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는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지금껏 제가 했던 모임 기획, 입시/취업 컨설팅 등과 같은 일과는 다르게 장기적으로 키워나가고 싶은 커리어의 시작이라는 점도 무척 설레고요.


무엇보다 번역을 하다보면 미묘한 뉘앙스와 의미를 정확하게 담아낸 표현을 딱! 발견했을 때, 그걸 맛깔나고 정확한 방식으로 옮겼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쾌감이 있거든요. 

부업을 하다보면 일이 조금 지겨워질 것 같다가도 그런 순간들이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요. 

그 순간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제가 사랑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문화 콘텐츠 번역가가 될 수... 있겠죠?

세상에 얼마나 좋은 작품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내가 번역할 기회가 돌아오겠지! 이런 마음입니다.


한 번 열심히 해보고, 다음 그리고 다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좀 더 번역을 잘하게 된 번역가가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공부 과정은 여기에 기록중!



3. 기타 자잘한 근황과 계획

이틀 전, 그러니까 지난주 토요일에 신림 도림천에서 열린 '제6회 관악청년축제'에서 동료 작가 프니와 함께 캐리커쳐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2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북페어도 굉장히 흥했었는데 이번에도 방문객이 엄청나더라고요. 도림천 유동인구 최고.

60장 넘게 그리느라 손목이 너덜너덜해졌지만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저의 그림을 받아들고 '와! 너무 맘에 들어요!' 하고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자고로 F/W 시즌은 곧 뜨개 시즌이죠.

어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정주행하면서 미친듯이 뜨개만 했어요.

덕분에 겨우 3일 떴는데 벌써 이만큼이나 완성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조끼같이 생겼지만 몸통을 더 늘리고 팔을 달고 목 고무단을 뜨면 멋진 네이비색 꽈배기 스웨터가 완성될 예정이에요. 호호.


마지막으로 최근 봤던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애프터썬>을 강력히 추천드리며,

(잔잔한 것 같다가 마지막 장면 때문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갑자기 눈물샘이 폭발하는 시간차 공격 영화입니다.

재개봉작이라 넷플릭스에도 있긴 한데 최근 여러 독립영화관에서 재개봉했으니 큰 화면으로 보시고 각본집, 포스터 등 굿즈 받아가시는 걸 추천.

저는 연희동에 있는 라이카시네마에서 두 번 봤습니다.) 



청량한 가을 하늘이 생각나는 노래 추천으로 마무리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또 만나요!


여러분의 안부도 궁금해요. 방명록에서 기다릴게요! (댓글도 환영해요.)


----------------------------------------------- 

©연옥의 집. All rights reserved.

친구에게 구독 권하기

구독 해지하기

*위 버튼을 눌러 채널 홈으로 이동한 뒤 '채널 차단'을 눌러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