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의 안부

연옥
2024-06-24

<연옥의 집>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와 거리두기 일환으로 뉴스레터를 기획했는데,

막상 SNS에서 보신 많은 분들이 구독을 해주셔서 떠나지 못하고(...) 며칠간 계속 맴돌면서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어 기뻤어요.

저의 한 달(혹은 두 달)치 근황을 가볍게 전해드린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여러분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로시작

하도록

하겠습

니다요

(저희집 4묘 중 첫째 기쁨이입니다. 😽)


1. 영상 번역일을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사실 첫 일감을 받았던 건 올해 3월인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뛰어들었다가 검수자들로부터 호된 피드백을 받고 '이게 정말 내 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가망이 없다는 생각에 일을 거의 받지 않고 잊고 지냈는데... 

이러저러한 과정(을 다 쓰기엔 너무 길어서, 여기서 들으시는 걸 추천합니다요)을 거쳐 내 길이든 아니든, 일단 수입이 쏠쏠한 부업이니 잘리지 말고 계속 잘해보자는 생각에 독학을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자기소개서 첨삭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워낙 시장이 특수하다보니 커리어로 지속하기엔 무리라고 늘 생각했어요. 

글을 쓰거나 모임을 기획하는 건 즐겁지만 취미를 벗어난 영역까지 확장하고 싶진 않았고요. 

그래서 늘 마음 한 켠이 허하고, 계속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는데, 번역을 시작하면서 뜻밖의 돌파구를 찾은 기분입니다. 

창작과는 다르게 팔로워 수에 목을 메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보니 SNS를 대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본격적으로 번역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마침 취업이 아닌 제3의 진로를 탐색하는 무업 청년들에게 투자금을 지급하는 '니트인베스트먼트(이하 '닛인베')'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서 투자금으로 공부에 필요한 도서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8월 중순에 투자 결과를 전시하는데, 그때까지 20분 내외의 짧은 단편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의 자막을 영한 번역해보는 게 목표예요. 

위 사진은 닛인베에 참여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에 받은 응원과 제언이랍니다.

'번역가 연옥의 미래를 응원합니다'라는 짧고 굵은 응원이 특히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여러분도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세요. 😃   


2. 팟캐스트 <걸어서 조직 밖으로> 시즌2를 시작했습니다.

거의 반 년 전에 시즌1을 마무리하고 쉬다가, 6월 초부터 시즌2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팟캐스트는 공동 진행자인 프니 작가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혼자 했으면 꾸준히 주1회 업로드도 힘들었을 거고, 새로운 시즌으로 복귀하는 것도 한참 미뤘을 것 같아요.

사람들 주변에서 늘 뚝딱이고 협업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사람으로서, 이렇게 오랫동안 스트레스 없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 참 감사해요.

팟캐스트를 처음 시작한 것도 둘이 떠드는 게 하도 재밌고 끝이 없어서(...) '이렇게 얘기 나누는 거 녹음해서 팟캐스트로 올려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거든요. 

역시 사이드 프로젝트는 즐거워야 한다! 근데 오래 할거면 혼자서 즐거운 게 아니라, 같이 즐거워하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를 느낍니다.


시즌1은 대기업 N모사(초록창 그 곳)에서 크리에이터들에게 무료로 지원해주는 오디오 스튜디오에서 마음껏 녹음했는데,

갑자기 무기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고 하고... 급하게 찾은 다른 지점은 예약이 하도 밀려서 거의 한 달을 대기했다가 녹음을 했는데 그 다음달에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졌어요. 

유료 스튜디오는 한 번 녹음에 거의 5만원 가까이 내야해서 시즌2가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수소문 끝에 군포시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센터에서 1시간에 5천원에 녹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 경기도민 프니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ㅋㅋㅋ)

장비도 엄청 화려하고 라이브 방송 송출(!)까지 가능하다는데... 장비를 다룰 줄 몰라서 라방 같은 건 영영 못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N모사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는 당분간 한 달에 한 번 군포에 갈 예정입니다. 

아직 <걸조밖>을 안 들어보셨다면?


3. 글은... 아주 천천히 쓰고 있어요. 대신 그림과 섬유공예(?)에 치중하고 있답니다.

차기작 소식을 물어봐주시는 분들이 왕왕 계세요. 저의 글을 기대하고 기다려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별게 다 불편해> 시즌4 연재를 재개했고요. (자유 연재여서 아주 띄엄띄엄 글이 올라갈 거예요.)

예전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간간히 끄적이던 가벼운 글과 일상 기록을 신변잡기라는 게시판에 올리고 있어요.

나름 포트폴리오 역할도 하는 공간에 전체공개하기엔 좀 사적이고 TMI인 내용이 많아서,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에게만 접근 가능하도록 비밀번호를 걸어놨습니다. 

비밀번호는 뉴스레터 업데이트를 알리는 카카오톡 알림톡을 받은 시간을 '시간' '분' 순서대로 나열한 네 자리 숫자입니다. 시간은 24시간 단위로 입력하시면 됩니다. (예: 오후 6시 8분에 알림톡을 받았을 경우, 비밀번호는 '1808')

아직 뉴스레터 구독자가 아니라면?


신변잡기 얘기하다가 잠시 말이 샜네요. 그래서 차기작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냐면... 

빨라도 2025년 상반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원래는 올해 중 꼭 책을 새로 내고 싶었고, 차기작은 물론 차차기작까지 기획을 해둔 상태기는 해요. 

다만 예전과는 다르게, 작가로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신작을 꾸준히 찍어내야한다는 압박이 많이 없어졌어요.

무언가 증명하고 보여주려고 애쓰는 대신, 

저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시기에 글을 쓰는 게 우선이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출판 관련 지원사업 여러 개가 갑자기 폭파되어서 의기소침해지기도 했고요. 😂


만약 올해 중 신작을 내게 된다면, 이번 달에 출간된 미니북 <The Trip>처럼 그림이 주가 되는 짤막한 책을 만들게 될 것 같아요.

요즘은 글보다 그림 그리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그때 그때 마음이 가는 창작 수단이 있나봐요. 

우연한 기회로 단행본 삽화 외주를 받았을 때 (처음이라 어렵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100% 허구인 픽션, 혹은 저희 고양이들을 소재로 한 짧은 책자 형식의 만화책을 만들까 해요.

...어디까지나 가벼운 생각이고, 신작 발표를 전제로 북페어에 합격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선순위에선 많이 밀릴 것 같지만요. (연달아 두 개의 북페어에 떨어지고 꽤나 의기소침해진 1인...)


그나저나 소제목에 쓴 섬유공예가 대체 뭔소린가 싶으신 분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하자면,

결혼식을 올리는 가족과 지구 반대편에 사는 가족 각각을 위해 숄을 떴고요,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업어온 입문용 재봉틀로 파우치와 북커버도 만들었어요. 

경력 3년차인 뜨개질에 비하면 재봉틀은 이제 겨우 2주차... 그래서 마치 인생마냥,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 작품들만 계속 나오고 있어요. 😶 (위 사진들은 다 멀리에서 찍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벼운 소품이나 의류를 내 손으로 만들때 자기효능감이 +100 되는 기분이에요. 지인 선물하기도 좋고요.

특히 재봉틀은 낡거나 파손된 옷을 버리지 않고 오래 입고 싶어서 배우고 있어요. 


글이나 그림과는 다르게 손만 바쁘게 움직이면서 정신을 쏙 빼놓을 수 있는게 매력이라,

요즘처럼 정교한 아웃풋을 내놓을 마음이 들지 않을때 손이 더 많이 갑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지퍼 파우치를 완성한 모습을 꼭 보여드릴 수 있길 바라며...! 

(지금 실력으로는 지퍼를 엉망으로 달아서 파우치가 닫히지 않을 것 같아요..ㅎ)


4. 7월에는 재밌는 일 없나요?

7월 중순 즈음에 저의 첫 책인 <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이 두 돌을 맞습니다. 

이를 기념해서 이 사이트에서 10% 할인 판매하는 소소한 이벤트를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만약 아직 저의 책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때를 기다렸다가 구입하시면! 어떨까요! 😉


이외에는 그림책 만들기 워크샵에 참여할 예정이라 다음 뉴스레터에서 그림책 비스무리한 걸 살짝 공개할 수 있을 것 같고, 

요즘 매주 가고 있는(데 위에서 언급하는 걸 깜빡한) 몸 움직임 워크샵도 다음달 말에 마무리되는데 그 소감도 가지고 오도록 할게요.


그밖에는 성실하게 재택 알바랑 영상 번역하면서 돈 벌고, 뜻밖의 즐거운 일이 생기면 또 즐겁게 즐겨보고, 고양이들과 반려인을 돌보면서 여름을 잘 나보려고 합니다.

벌써 너무 덥네요. 각자 계신 곳에서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조만간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시원한 바다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최근에 정말 바다에 안 갔었나봐요.

약 다섯살 정도에 찍은(???) 유년기의 연옥과 해수욕장 사진이라도 띄웁니다.   


여러분의 안부도 궁금해요. 방명록에서 기다릴게요! 

(댓글도 환영! 보다 편히 이용하시도록 방명록, 댓글 모두 비회원/익명/비밀글로 작성 가능하도록 풀어놨어요. 예쁜 말만 남겨주실 거죠~? 😁) 


----------------------------------------------- 

©연옥의 집. All rights reserved.

친구에게 구독 권하기

구독 해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