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 달이 참 빠르게 지나갔네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다들 안전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달에도 저의 소식을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동안 제가 어떻게 지냈냐면,
이렇게 귀엽고 느긋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럭저럭 잘 지냈답니다.
지난 주말에 거제도에서 만난 고양이들인데 참 예쁘죠?
1. 그림책을 세 권(!)이나 만들고, 저의 책을 알리는 행사에 초대되었어요.
저의 인스타그램이나 <연옥의 집> 공지 게시판에서 보신 분도 있겠지만,
7월 초에 그림책 스튜디오에서 수제 그림책 <젖꽃지>를 만들고 큰 감명을 받아서 그 주 주말에 두 권을 더 만들었어요.
구독자 여러분들께만 책의 제목과 내지 샘플을 독점 공개합니다.
두 번째 책의 제목은 <탄생구멍>이에요.
때로는 파괴적일 정도로 강한 사랑에서 출발해, 엄마와 자식 사이를 무한히 잇는 굴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세 번째 책은 <엉덩이 때려줘>입니다. (네, 진짜예요.)
많은 고양이들이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주는 걸 즐기는데요.
저희집 넷째 고양이 마이덤은 거의 중독자 수준이라, 과장 조금 보태서 사람을 보면 전진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고 후진해요.
그런 마이덤을 보면서 '무언가 지독하게 좋아하고 욕망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안전하고 행복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설명만 보면 대단한 기획과 준비를 하고 책을 만든 것 같지만 그러진 않았어요.
그림책 제작 워크숍에서 그러했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장면부터 종이에 옮기면서 그 다음 이야기는 손 가는대로 즉흥적으로 만들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도(혹은, 바로 그렇게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도 자주, 깊게 고민하는 주제가 녹아들더라고요.
내용이나 소재도 그렇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하는 방식도 그렇고,
어쩌면 저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 솔직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만들어져서 기뻐요.
하반기에 예정된 여러 북페어 중 어딘가에서 선보이는게 목표랍니다.
워크샵 후기 읽어보기
이미 세상에 나온 그림책이자 미니북 <The Trip>을 홍보하러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미니북 구입자 대상으로 즉석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계산을 해보니 두 시간 동안 약 3분에 한 장씩 그렸더라고요...?
그렇게 책상에 코를 박고 그림만 그리느라 몰랐는데 행사 기간 동안 준비된 모든 미니북이 다 판매되었다고 해요. 저의 책을 포함해서요!
기뻤습니다. 책의 인기를 떠나서 그냥 그림 그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완판되었다니 더욱 기뻤어요.
에세이가 아닌 다른 형식의 작업을 하는 스스로가 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낯섦, 좋은 낯섦인 것 같기도 하네요.
행사 후기 읽어보기
2. 영상 번역 학원에 등록하기로 결심했어요.
간간히 일을 받아서 하고, 독학을 하면 할수록 피드백에 대한 갈증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한 학원의 맛보기 강의를 들어보고 다음달에 열리는 수업 수강을 결정했어요.
영상 매체 특성상 자막을 띄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무척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사를 100% 그대로 번역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때가 훨씬 많아요.
어떤 내용을 살리고 어떤 내용을 생략해야 하는지, 같은 말도 어떻게 간결히 함축할 수 있는지, 딱딱한 직역과 오역 수준의 지나친 의역 사이의 줄타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등등... 배워야 할 건 참 많고, 그렇다고 그걸 업무 과정 속에서 겪는 시행착오로 충당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수업을 들으면 궁금했던 부분들을 비교적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고 질의응답을 할 수 있으니 적지 않은 수강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설령 나중에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저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는 지점에 투자를 해본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무튼 즐겁다고 느껴지는 일을 찾은 게 참 오랜만이라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3. 통영 부동산 임장을 돌고 왔어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와 저의 배우자인 네일기 작가님은 몇 년 안에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정착지 후보는 바로 통영인데요.
이번에 마침 여행을 간김에 임장까지 돌면 좋겠다 싶어서 몇 개의 단독 주택을 보고 왔어요.
살 수도 있을 집을 두 눈으로 보고 매매가를 듣고 나니 서울 집값이 미친 거지, 서울을 벗어나면 생각보다 내 집 마련의 장벽이 낮아진다는 걸 실감했답니다.
물론 집의 가격은 동네마다, 집의 상태마다 천차만별이라 함부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돌아본 단층 단독주택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다세대 주택 전세 보증금의 약 60~70%만 들여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어요.
정착 준비 기간 중 임시로 세를 들어서 살더라도 서울보다 월세가 약 4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저렴해서 부담이 없을 것 같고요.
서울 밖에서의 삶이 마냥 낭만적이고 여유롭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집을 보기 전에는 이주에 필요한 돈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었듯,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불편과 제약이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렇게 세상 어디에서 살든 완벽한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주거 불안 없이 내 집이라고 부르며 벽에 못을 맘대로 박을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음이 훨씬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길가에 사람이 별로 없고 한적한 게 너-무 좋았어요.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걸 보고 숨이 막히더라고요.
벌써 통영이 그립네요. 겨울 즈음 다시 가서 다른 계절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 참고로 위 사진은 저희가 돌아본 집이 아니라 내성적 싸롱호심이라는 카페 앞마당이랍니다.
마당이 참 널찍하고 예쁘더라고요. 저런 집은 아무리 서울 아니라도 저희 예산으로는 택도 없어요. 호호.
내성적 싸롱호심은 일러스트 작가이신 밥장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인데,
카페 곳곳에 원화가 걸려있는 건 물론이고 화장실만 가도 이렇게 작가님의 손그림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랍니다.
흔히 보는 흡연 금지 안내문이지만 이렇게 보니까 새롭지 않나요?
'그림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카페니까 그림 그려도 되겠지? 근데 수채 물감은 튀니까 안 될지도... 여쭤볼까? 아 그냥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바리바리 챙겨왔는데 물어보지도 않으면 후회하지 않을까?'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쭤봤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기뻤어요.
수채화... 수정도 어렵고, 그리면서 이게 대체 어떤 정도의 농도와 투명함으로 표현될지 아직도 전혀 모르겠고, 여러모로 까다로워서 멀리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정석대로 잘 할 필요 없다고 마음을 먹으니 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네요.
거제도에서 해수욕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해수욕장이 엄청 한산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건 아닌,
적당히 여유로우면서도 기분 좋게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는데요.
물이 차서 그런가 생각보다 물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혼자 한참동안 가만히 둥둥 떠있었어요.
동해 바다랑 다르게 물이 엄청 잔잔하더라고요. 과장 살짝 보태면 욕조 안에 받아둔 물 같았어요.
가끔씩 멀리서 제트스키가 지나가서 작은 물결이 밀려올 때를 제외하면 그냥 편안하게-
저 멀리의 섬과 산을 바라보면서, 구름 뒤에 숨어있다가 한 번씩 얼굴을 내미는 햇빛을 만끽하면서 느꼈던 여유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이건 그냥 호텔 이름이 재밌어서 찍어봤어요. '멸치 호텔'이라니... 너무 귀여워...
4. 8월에 전시에 참여합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니트인베스트먼트('닛인베') 활동의 일환으로,
8월 12일(월)~14일(수) 3일 동안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닛인베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번역 공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커리어를 주제로 무언가 만들게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저의 책 <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을 비롯한 굿즈도 판매할 예정이고요.
보다 구체적인 건 행사 세부사항이 정해지는대로 공지 게시판에 공유할게요. 😉
이렇게 정리하니까 행복하고 생산적인 일만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 고양이 건강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일신상의 이슈가 발생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멘탈이 무너지기 딱 좋을 때라 절전 모드로,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이렇게 뉴스레터를 만들어봤는데,
지난 며칠 간의 힘듦이 있기에 앞서서 이렇게 좋은 일도 많았다는 걸 기억할 수 있어 조금의 위안이 되네요.
저의 소식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참 좋고, 감사한 일이고요.
큰맘 먹고 인스타그램 앱을 지운지라, 앞으로 이 <연옥의 집> 홈페이지 관리에 더 주력해볼게요.
각자 계신 곳에서 안녕하고 안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달, 혹은 다다음달에 또 새로운 소식으로 만나요. 안녕! 👋
여러분의 안부도 궁금해요. 방명록에서 기다릴게요! (댓글도 환영해요.)
📬구독자 특전📬구독자 여러분께서는 연옥의 비밀스러운 속마음과 신변잡기적 소식을 읽을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에 접근할 수 있어요. 이 링크를 누른 뒤, 이번 달 뉴스레터 발간 소식을 알린 카카오톡 알림톡 발송 시간 및 분을 24시간 단위의 네 자리 숫자로 입력해주세요. (예: 오후 6시 8분에 알림톡을 받았을 경우, 비밀번호는 '1808') *비밀번호는 매달 뉴스레터 발송 시점 즈음에 업데이트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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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참 빠르게 지나갔네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다들 안전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달에도 저의 소식을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동안 제가 어떻게 지냈냐면,
이렇게 귀엽고 느긋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럭저럭 잘 지냈답니다.
지난 주말에 거제도에서 만난 고양이들인데 참 예쁘죠?
1. 그림책을 세 권(!)이나 만들고, 저의 책을 알리는 행사에 초대되었어요.
저의 인스타그램이나 <연옥의 집> 공지 게시판에서 보신 분도 있겠지만,
7월 초에 그림책 스튜디오에서 수제 그림책 <젖꽃지>를 만들고 큰 감명을 받아서 그 주 주말에 두 권을 더 만들었어요.
구독자 여러분들께만 책의 제목과 내지 샘플을 독점 공개합니다.
두 번째 책의 제목은 <탄생구멍>이에요.
때로는 파괴적일 정도로 강한 사랑에서 출발해, 엄마와 자식 사이를 무한히 잇는 굴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세 번째 책은 <엉덩이 때려줘>입니다. (네, 진짜예요.)
많은 고양이들이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주는 걸 즐기는데요.
저희집 넷째 고양이 마이덤은 거의 중독자 수준이라, 과장 조금 보태서 사람을 보면 전진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고 후진해요.
그런 마이덤을 보면서 '무언가 지독하게 좋아하고 욕망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안전하고 행복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설명만 보면 대단한 기획과 준비를 하고 책을 만든 것 같지만 그러진 않았어요.
그림책 제작 워크숍에서 그러했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장면부터 종이에 옮기면서 그 다음 이야기는 손 가는대로 즉흥적으로 만들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도(혹은, 바로 그렇게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도 자주, 깊게 고민하는 주제가 녹아들더라고요.
내용이나 소재도 그렇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작업하는 방식도 그렇고,
어쩌면 저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더 솔직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작품이 만들어져서 기뻐요.
하반기에 예정된 여러 북페어 중 어딘가에서 선보이는게 목표랍니다.
워크샵 후기 읽어보기
이미 세상에 나온 그림책이자 미니북 <The Trip>을 홍보하러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미니북 구입자 대상으로 즉석 그림을 그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계산을 해보니 두 시간 동안 약 3분에 한 장씩 그렸더라고요...?
그렇게 책상에 코를 박고 그림만 그리느라 몰랐는데 행사 기간 동안 준비된 모든 미니북이 다 판매되었다고 해요. 저의 책을 포함해서요!
기뻤습니다. 책의 인기를 떠나서 그냥 그림 그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완판되었다니 더욱 기뻤어요.
에세이가 아닌 다른 형식의 작업을 하는 스스로가 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낯섦, 좋은 낯섦인 것 같기도 하네요.
행사 후기 읽어보기
2. 영상 번역 학원에 등록하기로 결심했어요.
간간히 일을 받아서 하고, 독학을 하면 할수록 피드백에 대한 갈증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한 학원의 맛보기 강의를 들어보고 다음달에 열리는 수업 수강을 결정했어요.
영상 매체 특성상 자막을 띄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무척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사를 100% 그대로 번역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때가 훨씬 많아요.
어떤 내용을 살리고 어떤 내용을 생략해야 하는지, 같은 말도 어떻게 간결히 함축할 수 있는지, 딱딱한 직역과 오역 수준의 지나친 의역 사이의 줄타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등등... 배워야 할 건 참 많고, 그렇다고 그걸 업무 과정 속에서 겪는 시행착오로 충당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고 느꼈어요.
수업을 들으면 궁금했던 부분들을 비교적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고 질의응답을 할 수 있으니 적지 않은 수강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설령 나중에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저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는 지점에 투자를 해본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무튼 즐겁다고 느껴지는 일을 찾은 게 참 오랜만이라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3. 통영 부동산 임장을 돌고 왔어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와 저의 배우자인 네일기 작가님은 몇 년 안에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정착지 후보는 바로 통영인데요.
이번에 마침 여행을 간김에 임장까지 돌면 좋겠다 싶어서 몇 개의 단독 주택을 보고 왔어요.
살 수도 있을 집을 두 눈으로 보고 매매가를 듣고 나니 서울 집값이 미친 거지, 서울을 벗어나면 생각보다 내 집 마련의 장벽이 낮아진다는 걸 실감했답니다.
물론 집의 가격은 동네마다, 집의 상태마다 천차만별이라 함부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가 돌아본 단층 단독주택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다세대 주택 전세 보증금의 약 60~70%만 들여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었어요.
정착 준비 기간 중 임시로 세를 들어서 살더라도 서울보다 월세가 약 4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저렴해서 부담이 없을 것 같고요.
서울 밖에서의 삶이 마냥 낭만적이고 여유롭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집을 보기 전에는 이주에 필요한 돈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었듯,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불편과 제약이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렇게 세상 어디에서 살든 완벽한 곳이 없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주거 불안 없이 내 집이라고 부르며 벽에 못을 맘대로 박을 수 있는 곳이라면 마음이 훨씬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길가에 사람이 별로 없고 한적한 게 너-무 좋았어요.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걸 보고 숨이 막히더라고요.
벌써 통영이 그립네요. 겨울 즈음 다시 가서 다른 계절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 참고로 위 사진은 저희가 돌아본 집이 아니라 내성적 싸롱호심이라는 카페 앞마당이랍니다.
마당이 참 널찍하고 예쁘더라고요. 저런 집은 아무리 서울 아니라도 저희 예산으로는 택도 없어요. 호호.
내성적 싸롱호심은 일러스트 작가이신 밥장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인데,
카페 곳곳에 원화가 걸려있는 건 물론이고 화장실만 가도 이렇게 작가님의 손그림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랍니다.
흔히 보는 흡연 금지 안내문이지만 이렇게 보니까 새롭지 않나요?
'그림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카페니까 그림 그려도 되겠지? 근데 수채 물감은 튀니까 안 될지도... 여쭤볼까? 아 그냥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바리바리 챙겨왔는데 물어보지도 않으면 후회하지 않을까?'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쭤봤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기뻤어요.
수채화... 수정도 어렵고, 그리면서 이게 대체 어떤 정도의 농도와 투명함으로 표현될지 아직도 전혀 모르겠고, 여러모로 까다로워서 멀리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정석대로 잘 할 필요 없다고 마음을 먹으니 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네요.
거제도에서 해수욕을 하고 돌아온 뒤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해수욕장이 엄청 한산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건 아닌,
적당히 여유로우면서도 기분 좋게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는데요.
물이 차서 그런가 생각보다 물에 들어가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혼자 한참동안 가만히 둥둥 떠있었어요.
동해 바다랑 다르게 물이 엄청 잔잔하더라고요. 과장 살짝 보태면 욕조 안에 받아둔 물 같았어요.
가끔씩 멀리서 제트스키가 지나가서 작은 물결이 밀려올 때를 제외하면 그냥 편안하게-
저 멀리의 섬과 산을 바라보면서, 구름 뒤에 숨어있다가 한 번씩 얼굴을 내미는 햇빛을 만끽하면서 느꼈던 여유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이건 그냥 호텔 이름이 재밌어서 찍어봤어요. '멸치 호텔'이라니... 너무 귀여워...
4. 8월에 전시에 참여합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니트인베스트먼트('닛인베') 활동의 일환으로,
8월 12일(월)~14일(수) 3일 동안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닛인베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번역 공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커리어를 주제로 무언가 만들게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저의 책 <지워지는 나를 지키는 일>을 비롯한 굿즈도 판매할 예정이고요.
보다 구체적인 건 행사 세부사항이 정해지는대로 공지 게시판에 공유할게요. 😉
이렇게 정리하니까 행복하고 생산적인 일만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 고양이 건강 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일신상의 이슈가 발생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멘탈이 무너지기 딱 좋을 때라 절전 모드로,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이렇게 뉴스레터를 만들어봤는데,
지난 며칠 간의 힘듦이 있기에 앞서서 이렇게 좋은 일도 많았다는 걸 기억할 수 있어 조금의 위안이 되네요.
저의 소식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도 참 좋고, 감사한 일이고요.
큰맘 먹고 인스타그램 앱을 지운지라, 앞으로 이 <연옥의 집> 홈페이지 관리에 더 주력해볼게요.
각자 계신 곳에서 안녕하고 안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다음 달, 혹은 다다음달에 또 새로운 소식으로 만나요. 안녕! 👋
여러분의 안부도 궁금해요. 방명록에서 기다릴게요! (댓글도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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