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덕업일치의 환상, 난 좀 불편하던데 (2)
연옥
2024-02-13
15
연옥2024-02-15 01:17
+ 아 맞다, 모든 댓글에 대한 저의 답글은 원 댓글의 공개/비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공개적으로 남기는 점 양해 부탁드릴게요. 아마 거의 모든 분들이 비로그인 상태에서 댓글을 쓰실텐데, 그럼 제가 남긴 비밀 답글도 열람을 할 수가 없거든요. 호호. 아무쪼록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간냥이2024-02-15 19:30
전 연옥님 그림이 좋아서 어떤 주제든 꾸준히 잘보고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라도 그냥 이런일이 있으셨구나 정도로 생각합니다 🙌 가끔 댓글 달고싶을때가 있는데 어설픈 위로가 되버릴까봐 좋아요 누르는걸로 만족하고 도망갑니다 ㅋㅋㅋㅋ
그리고 좋아요품앗이라는 말이 참 공감가네요. 그림그려서 인스타에 올리다보면 결국 인스타툰을 그리는 분들이 오셔서 좋아요를 누르시더라구요 🤔 맞팔안하면 다시 언팔하시는 분들도있구😣 일반분들도 보셨으면 하는데 그러려면 말씀하신것처럼 자극적인 썸네일밖에 답이없는건가 싶구 🫠
이번편은 생각이 많아지는 주제네요 👉👈
그리고 좋아요품앗이라는 말이 참 공감가네요. 그림그려서 인스타에 올리다보면 결국 인스타툰을 그리는 분들이 오셔서 좋아요를 누르시더라구요 🤔 맞팔안하면 다시 언팔하시는 분들도있구😣 일반분들도 보셨으면 하는데 그러려면 말씀하신것처럼 자극적인 썸네일밖에 답이없는건가 싶구 🫠
이번편은 생각이 많아지는 주제네요 👉👈
연옥2024-02-16 14:55
좋아요나 댓글을 꼭 남겨주지 않으셔도 그냥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리고 인스타툰은 뭔가.. 초반에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너무 막연한 말이지만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유기적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가 좋아서 팔로우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박조건형2024-02-15 23:38
작가님, 만화는 언제나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연애담도 좋고, 자해 이야기도 좋고(그냥 본인의 상태를 그린거잖아요) 다 좋아합니다.^^
글쎄요. 저는 좋아요 별로 신경을 안써서……그리고,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 이사람 저사람 많이 팔로우 하고 있어요 그래서, 팔로잉이 는건가요?^^ ㅎㅎ 어쨓든 내 작품만으로 승부한다고 내가 유명해지지는 않는거 같아요.(물론 잘 풀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요)제가 왜 종합예술으로 사느냐? 글을쓰고, 그림만 그린다고 돈되는 일이 알아서 굴러오진 않기 때문이죠. 여기저기 오만 일들을 다 해보고 나를 알리고 홍보해야 일들이 조금씩 들어올까 말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냉정하니까요.
작가님이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 놓지 말고, 또 지치지 않게 체력안배 잘하시고, 마음의 상태도 잘 돌봐주시고…그래서, 길게 오래 버티고 즐겁게 가야 뭔가 일들이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연옥작가님도 오래 버티고 생존하시길 응원합니다.
글쎄요. 저는 좋아요 별로 신경을 안써서……그리고,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 이사람 저사람 많이 팔로우 하고 있어요 그래서, 팔로잉이 는건가요?^^ ㅎㅎ 어쨓든 내 작품만으로 승부한다고 내가 유명해지지는 않는거 같아요.(물론 잘 풀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요)제가 왜 종합예술으로 사느냐? 글을쓰고, 그림만 그린다고 돈되는 일이 알아서 굴러오진 않기 때문이죠. 여기저기 오만 일들을 다 해보고 나를 알리고 홍보해야 일들이 조금씩 들어올까 말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냉정하니까요.
작가님이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 놓지 말고, 또 지치지 않게 체력안배 잘하시고, 마음의 상태도 잘 돌봐주시고…그래서, 길게 오래 버티고 즐겁게 가야 뭔가 일들이 조금씩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연옥작가님도 오래 버티고 생존하시길 응원합니다.
연옥2024-02-16 14:57
정말 공감합니다. 한 길만 파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이유로 시작했던 다른 일이 계기가 되어서 우연히 저의 다른 프로젝트가 홍보가 되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면서 조금씩 알아서 잘 풀리길 기대하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그리고 자금 조달 방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 행보도 늘 응원하고 있어요.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옥2024-02-16 15:01
@봉빙킴2
봉빙님..! 뜻밖의 1타 강사 데뷔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요즘 쓰는 글이 애매하게 칼럼이 되고 싶어하는 에세이 같은 끔찍한 혼종이 된 것 같아서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또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부니가 좋네요.
저는 근데 그런 생각도 들어요. 초반에는 자아분열을 감수하면서라도 대중에게 잘 먹히는 방식으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내가 응개만 해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는 수준의 파워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하기 싫은 일과 하기 싫은 방식도 감수를 하는 게 맞는 걸까? 등... 저는 사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지만 봉빙님 릴스 만드는 거 보면서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 만족스럽거나 확신이 없더라도 어쨌든 일단 시도는 해보고 계신 거니까요.
+ 그러게요, 사실 저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다음 글을 뭘 쓸지 생각을 하지 않는데(대책이 없는 편) 다음 글은 명절 관련 얘기를 좀 해봐도 재밌겠군요..!?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저는 근데 그런 생각도 들어요. 초반에는 자아분열을 감수하면서라도 대중에게 잘 먹히는 방식으로 열심히 홍보를 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서 내가 응개만 해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는 수준의 파워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내 맘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 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때까지 하기 싫은 일과 하기 싫은 방식도 감수를 하는 게 맞는 걸까? 등... 저는 사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겨본 적은 없지만 봉빙님 릴스 만드는 거 보면서 진짜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 만족스럽거나 확신이 없더라도 어쨌든 일단 시도는 해보고 계신 거니까요.
+ 그러게요, 사실 저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다음 글을 뭘 쓸지 생각을 하지 않는데(대책이 없는 편) 다음 글은 명절 관련 얘기를 좀 해봐도 재밌겠군요..!?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연휴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법정 공휴일이라고 해서 늘 모두가 더 즐겁게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다들 각자가 편안히 느끼는 장소에서 편안히 쉬셨길 바라요. 그러지 못했던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와 수고하셨다는 격려를 전합니다. 욕보셨습니다.
저도 한때는 연휴고 뭐고 일체의 가족 행사에 가지 않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나름대로 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답니다. (물론 아빠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겠지만요.)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는 외가의 큰이모댁에 다녀오고, 일요일에는 아빠 쪽 가족들을 만났어요. 시댁은 지구 반대편에 있기도 하고 아마 음력 달력에 별 관심이 없으실 거라 이번 연휴와는 관련이 없었고요.
모든 명절이 그러하듯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어서 그걸 가지고 글을 쓸까 하다가, 지난번 글을 제대로 맺지 못하고 2편을 약속드렸던 게 생각나서… 어쩔 수 없이(?) 이어서 썼습니다. 예. 글쓰기 노동자로서 연재 주제에 충실해야죠.
한 번 같이 읽어보실까요?
요즘 내가 인스타그램에 간간이 올리는 만화 시리즈 ‘일간연옥낙서’ 독자분께서 여기에 계실지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작년 말 즈음에 매일 5분씩 시간을 내어 그림을 한 개씩 그리겠다는 나름의 약속을 만들었는데 이를 지키는 과정에서 탄생한 부산물 비스무리한 거다. 그냥 뭐라도 꾸준히 그리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맨날 드로잉만 하면 좀 지겨울 것 같아서 간간히 만화도 그려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이런 탄생 비화를 보면 알겠지만 (‘일간’이라는 꽤나 호기로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딱히 정기 연재의 부담을 가지고 기획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내가 초심을 단단히 지키지 않는다면 그 관심이 언제든 독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엥? 독이라니? 표현이 조금 극단적으로 느껴지는가?
그렇다. 성공한 인스타툰 작가님들로부터 배운 전략인데,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려면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을 포함한 제목으로 썸네일을 만들어 첫 번째 사진으로 올려야 한다고 한다. 요즘 탐색 탭에서 보이는 인스타툰마다 다 저러고 있는 걸로 보아 분명 효과가 있는 전략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썸네일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피로해서 나는 딱히 그러지 않는다. 심지어 귀찮아서 제목을 담은 썸네일도 따로 만들지 않고, 에피소드별로 제목조차 붙이지 않는다.
근데 그래서 그런지 기존에 그림을 올리지 않을 때부터 교류가 있던 계정 외에는 딱히 새롭게 유입되는 팔로워는 없는 것 같다. 이해는 된다. 첫 컷만으로 이어질 내용이 예측이 되거나 큰 기대를 갖게 만들려는 별다른 노력이 없으니까. 안 그래도 SNS 세상 속에서는 1분 1초가 멀다 하고 도파민 폭탄이 차고 넘치는데, 그중에서 굳이 나의 밋밋한 콘텐츠를 보기 위해 약 5초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내면의 작은 목소리: 그런데… 이래도 되나? 처음에는 초심을 쏟아부어서 나 좋자고 맘대로 그려서 올렸지만, 점점 좋아요와 댓글이 줄어갈수록 재미가 없어진다. 지금부터라도 썸네일을 넣어? 말아?)
소재를 정할 때에도 비슷한 고민의 과정을 거친다. 사실 난 인스타툰 주제가 딱히 없다. 그냥 그때마다 다른 이유로 깊은 인상을 남기거나 기록을 하고 싶은 걸 아무거나 그린다. 북페어 후기, 고양이와의 일상, 정신질환 등… 그러다가 우연히 손에 잡힌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반려자와의 연애담이었다. 지금은 너무 옛날이라 전생처럼 흐릿하지만 우리에게도 눈물겹게 애틋한 시절이 있었다. 한참 잊고 살다가 우연히 예물과 함께 보관 중이던, 그 시절의 반려자가 내게 선물해 주었던 반지가 눈에 들어와서 그 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졌다. 내겐 늘 그러하듯 수많은 랜덤한 소재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팔로워들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올린 지 몇 시간 만에 거의 150개 넘는 좋아요, 열 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렸다. 오프라인으로 만난 지인들도 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의 연애담 얘기를 더 듣고 싶다고 했다. 조금 얼떨떨했다. 인스타툰 중에서도 연애 이야기만 올리는 ‘연애툰’ 장르가 있을 정도로 로맨스 소재가 인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소재들에 비해 이 정도로 월등하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에겐 비슷한 방향으로 풀어내기에 좋은 소재 보따리가 주렁주렁 준비되어 있었다. 국제커플, 그것도 한국에서는 대체로 호감과 동경의 대상인 영국 출신의 파트너.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마다 지겹도록 듣는 질문인 ‘어떻게 외국인을 한국에서 만나셨어요?’에 답변하는 첫 만남 이야기. 짧고 강렬했던 장거리 연애 시절. 코로나를 목전에 두고 성공했던 극적인 재회. 결혼, 그것도 비주얼부터 요란뻑적지근한 전통혼례. 무려 시아버지와 함께한 신혼여행. (썸네일용 어그로가 아니고 진짜로 있었던 일이다.)
(내면의 약간 큰 목소리: 이참에 이 방향으로 그냥 밀고 나가? 이참에 남편 얼굴도 확 공개해? 잘생겼다고 댓글 오백 개 달리면 ‘아이 아닙니다…’ 하고 겸손하게 답변할 방법을 오백 가지 생각해 두면 되지 않을까? 그러다가 외국인에 대한 온갖 편견에 사로잡힌 어그로꾼들이 유입되어서 댓글에서 분탕질 파티가 벌어지고, 그렇게 트래픽이 확 오르면서 팔로워 유입도 늘어나고, 그러다가 막 가전 협찬 받아가지고 우리 유튜버 되는 거 아냐? ‘영국남자’는 이미 다른 영국 남자가 선점했는데 채널 이름은 뭘로 하지?)
아냐, 아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을 털어버렸다. 난 연애툰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단 1그램도 없다. 국제커플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하며, 우리를 마냥 낯설고 신기한 동경의 대상으로 박제하는 그런 시선을 끌어모으고 싶지도 않다. 안 그래도 결혼이라는 큰 변화를 거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해 책으로 낼 생각도 했었는데,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국제커플 ‘썰’을 최대한 배반하는 방향으로 기획하느라 머리가 아프면 아팠지 기존의 편견을 강화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반려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수많은 다른 소재와 마찬가지로 그냥 그리고 싶을 때에만 그릴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림 자체를 오직 내가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으니 그런 마음을 억눌러야만하는 그림을 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돈을 주고 그림을 의뢰하는 희한한 일이 생기면 또 모르겠으나 지금 나의 실력으로는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게 목표가 아니다.
문제는 이것저것 찔러보던 소재들 중 유난히 반응이 좋은 게 걸리면, 그 소재를 내가 얼마나 즐겁게 풀어낼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앞으로 그것’만’ 계속 다루고 싶다는 유혹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초반에 등장했던 ‘독’의 의미이자, 지난 1편에서 언급했던 ‘지극히 사적인 흥미와 경제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만족시켜야 하는 상업적인 요건 사이의 거대한 괴리’다.
나한테 재밌고 유의미한 이야기가 꼭 모두에게 재밌고 유의미한 건 아니다. 똑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가공해서 누구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심지어 어떤 소재는 아무리 가공을 해도 애초에 소재 자체가 너무 지루하거나, 흔하거나, 사람들이 딱히 찾아서 보고 싶지 않은 기피의 대상이라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정신질환과 관련해서 그린 몇 개의 에피소드 중 평범한 일상 전후로 자해를 했던 이야기를 올렸던 적이 있다. 반응도 썩 좋지 않았고 그나마 받은 피드백은 ‘읽으면서 내내 불안했다’ ‘조마조마했다’였다.
자신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여서 공감이나 위로를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대중에게 정신질환 소재가 소비되는 방식은 이미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너무도 끔찍하고 자극적이어서 보기 싫은데도 자꾸 손이 가는 썰이라든가, ‘난 저 정도로 힘들진 않으니까 다행이다’ 등의 간접적 안도감을 선사하는 불행 포르노라든가, 감동적인 극복 수기, 혹은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작고 귀여운 사고를 치는 이야기 정도다. (맨 마지막 사례의 경우 독자가 낄낄거리며 읽다가 갑자기 ‘어…? 혹시 나도 OOO을 앓는 거 아냐?’하고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 그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동일한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된다.)
난 나의 이야기에 그런 답답한 프레임을 씌우고 싶지도 않고, 때로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고 늘 아름답거나 감동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기에 그런 서사를 따를 계획이 없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심을 받는 데에 그쳤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서버 속을 떠도는 수만 명의 사람들과 나는 그런 암묵적이고도 일방적인 합의를 했다.
‘제 그림이 재미가 없으십니까? 아 예. 그럼 가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서 원래 하던 걸 계속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은 그냥 좋아하는 일로 두고 싶다.
나의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서 즐겁게 하게 되는 이야기가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묻히더라도, 그럼 그냥 그런대로 두고 싶다.
꼭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더 가치 있는 이야기인 것도 아니고 그 반대가 늘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수천 명의 인플루언서 워너비들과 좋아요 품앗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가짜 환심을 사는 것보다, 나의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독자 열 명과 모여 앉아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내면을 조용히 깊게 들여다보며 어제보다 좀 더 섬세한 표현을 하나라도 더 길어내는 데에 시간을 쏟을 것이다.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며 온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뛰어다니는 대신,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성실히 반복하고 싶다.
이슬만 먹고사는 고고한 선비처럼 적었지만 사실 이건 대단한 사치다.
난 그 사치를 누리기 위해, 돈을 주지 않는다면 두 번 쳐다보지도 않을 일을 오늘도 하루종일 했다.
이렇게 이중생활을 하느라 체력이 부족하거나, 현타가 오지는 않냐고요? 그건 다음 편에서 만나보시죠. (이렇게 다음 편을 기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해야 독자님들이 좋아한다고 인스타툰 작가님들이 그러더라고요. 호호.)
오늘 그림 화질이 너무 심각하죠? 예... 제가 카페에서 작업하겠다고 주섬주섬 짐을 챙겼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연필과 종이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할 수 없이 가방 속에서 돌아다니던 세뱃돈 봉투 뒤에 급히 그렸습니다. 폴더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 듯한 갬성으로 감상해주세요 호호..
참고로 이제(서야) 반려자가 저를 팔로우한답니다. 여태 몰랐다니 분하다...
'루비 스팍스'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아주 약간의 스포와 함께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한물 간 작가가 글이 너무 써지지 않아서 고생을 하다가 우연히 만들어낸 '루비'라는 캐릭터가 갑자기 현실 세계에 등장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현실 속의 루비는 글 속의 루비와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바로 글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루비를 조금씩 개조(?)해요. 느끼셨겠지만 피그말리온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입니다.
영화의 주된 주제는 아니지만, 때로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의 작품과 내가 보여지는 모습을 검열하고 수정하는 모습이 꼭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개조되는 루비 같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글과 함께 영화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예전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는데 디즈니 플러스로 옮겨간 것 같네요. 찾아보니 평점이 막 엄청 높은 영화도 아니고 저도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추천을 할 만큼 좋았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루비를 연기한 조 카잔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두 개의 원고에 나눠서 주절대었던 내용을 무척 깔끔하게 정리한 영상이 이겁니다. 백번 맞는 말이지만 데이비드 보위가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한 말이라서 그런가 백 배는 더 신뢰가 가는데요. 다 주옥 같은 명언이지만, 저의 마음을 가장 많이 울리기도 하고 또 이번 원고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있는 몇 줄을 아래에 번역(에 가까운 의역)과 함께 나누어봅니다:
(내면의 우렁찬 목소리: 보위는 왜 이렇게 멋있는 걸까요??????????????????????????????????????????????????????????????????????)
이건 그냥 오랜만에 노래를 듣다가, 같은 노래의 라이브 버전을 처음 들어보고 너무 좋아서 함께 듣고 싶어 올려봅니다.
'시티 오브 엔젤스' 영화 OST로 유명한 <Iris>라는 곡인데요. 안그래도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서정적인 노래인데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열창하는 걸 들으니 마음이 더 몽글몽글해지네요. 라이브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명절때 많이 힘들었던 분들이 계신다면 이 노래로 작은 위로를 받으실 수 있길 바라요.
오늘의 글과 그림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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