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이번 시즌, 10점 만점에 O점?

연옥
2024-03-28


독자님 안녕하세요. 지난 글 중 몇 편을 출국 또는 귀국하는 날 올렸었는데, 어쩌다보니 오늘도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또 글을 쓰고 있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요일, 목요일이 비행기표가 제일 저렴해서 늘 이때 출발하는 표를 끊었던 것 같습니다(...)

아, 또 어딜 가냐고요? 책 팔러 제주도에 갑니다. 재작년엔 책이 없었고, 작년엔 결혼식 당일과 날짜가 겹쳐서 가지 못했던 바로 그 제주북페어에 합격을 했습니다. 다들 역대급으로 많이 팔리는 페어라고 해서 설렘 반, 그리고 얼마든지 그 기대가 배반되어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반이 합쳐진 마음이에요. 다른 페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책을 일단 부쳐두었는데... 과연 빈 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안되면 뭐, 다시 택배로 부치면 되겠죠. 호호.

엊그제에도 또 고양이들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다녀온지라, 마음 같아선 집을 또 비우고 싶지 않은데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된 이상 잘 즐기고 와보겠습니다. 


근데 그거 아시나요? 이번 글이 <별게 다 불편해> 시즌3 마지막 글이랍니다. 아닛! 사실 그런 줄도 모르고 지난 화에서 썼던 글의 후속편을 이번에 쓰려고 했었는데, 마무리하는 의미의 마지막 글로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글은 2편 없는 1편으로 남겨두고, 오늘은 이전 시즌에서도 마지막 글로 준비했었던 '셀프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말은 거창한데  그냥 자문자답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종의 스페셜 코너이므로, 전처럼 숫자를 붙여 코너를 구분하지 않고 글만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 구독을 신청했을 때에 비교하면 뭔가... 슬쩍슬쩍 달라지는 느낌이죠? 예, 맞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구독 기간은 끝났고... 그래도... 사랑해주세요... (비굴) 


아무튼저무튼 마지막 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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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번 시즌3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시겠어요?

솔직히... 5점이요.


예? 겨우 그것 밖에 안 주신다고요? 설마... 구독자님들을 탓하는 건 아니겠죠!?

아유, 절. 대.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댓글을 달아주시고,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시즌 통틀어서 제일 성공적이었어요.


그렇다면 5점 밖에 주지 않은 이유가 뭐죠?

일단 글을 쓰면서 그다지 마음이 즐겁지 않았어요. 이전 시즌을 연재할 때에도 오래 하다보면 좀 지겨워질 때도 있고, 평소보다 더 버벅이면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8편 모두 그랬던 것 같아요. 새삼 제가 오랫동안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았다는 걸 실감했어요.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쓸 기회가 주어지면, 최소한 초고에 한해서는 막힘없이 줄줄 써내려갔었거든요. 이번엔 그런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평소에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는 거겠죠. 좀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정한 주제, 혹은 그 주제를 포괄하는 대주제에 대해 딱히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전에도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한때에는 제가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어색했었어요. 그땐 한참 그 주제에 대해 떠들고 다녔었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기도 했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근데 이제는 아르바이트와 창작, 이렇게 양분된 삶이 더이상 특별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회사 다니던 시절은 이제 전생 같고, 늘 이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물론 현재로서는 고정 수입이 여전히 넉넉히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라 고민을 계속 해야겠지만, 그건 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겠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지 않기로 했다. 왜냐면 돈이 너무 안 벌려서, 그리고 지나치게 조급해져서.' 사실 이 두 문장으로 시작해서 끝났어도 되는 얘기를 여덟 편에 걸쳐서 풀 필요가 있었나. 읽으시는 분들 입장에서 마치 얼큰하게 취한 사람마냥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것처럼 읽히지는 않았으려나. 뭔가 주제를 보고 관심이 가서 분명 구독을 해주셨을텐데 말이죠.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좀 죄송스럽습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가면서는 주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싶은 얘기를 쓰려고 했었는데, 그게 좀 의아하게 느껴진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번 편으로 연재는 끝이 날 예정이고, 어쨌든 펑크 없이 마무리를 한 거라도 만족하기로 해요. 그런데 앞서 아르바이트를 잠깐 언급하셨잖아요. 듣기로는 이번주부터 따끈따끈하게 새로 시작한 알바가 있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바로 '영상 자막 번역' 알바인데요. 번역 에이전시에 번역가로 등록을 한 다음, 그 에이전시에 들어오는 일감을 선착순으로 받아서 진행하는 방식이에요. 


작년에 한참 인스타그램 중독자였을 때 우연히 본 한 릴스에서 부업으로 추천을 해주길래 속는셈 치고 번역가 등록 신청을 했었거든요. 근데 뭐, 등록에는 별다른 돈이 들지 않으니 그냥 해봤을 뿐, 등록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해외 사이트라서 한국어 번역에 대한 수요가 딱히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일단 시키는대로 스피킹 테스트도 거치고 이력서도 써서 신청해놓고 한참 잊고 있었는데 거의 3, 4개월 만에 연락이 온 거예요. 등록되었다고.


알바의 장점부터 얘기해볼게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데이터 검수 알바처럼 집에서, 아무때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시간당 단가로 치면 검수 알바보다 페이도 더 세요. 물론 이런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드물게) 다이렉트로 받아서 진행하는 번역 외주에 비해서는 단가가 터무니없이 낮기는 합니다.

살면서 한 번도 볼 일이 없었을 영상을 수십 번 반복 시청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상식이 늘어나는 것도 재밌습니다. 저는 영화, 드라마 같은 영상 번역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까 번역을 한 영상은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영상이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재무, 주식, 의학 관련 용어를 많이 구글링해본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이런 전문 용어를 정제되지 않은 구어체로 구사한 결과물을 번역해야 하다보니, 발화의 맥락과 전달 방식까지 세세히 관찰해야 하는 게 일반 텍스트 번역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어요. 네, 머리는 아픕니다. 하지만 재밌어요. 퍼즐을 푸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아, 그리고 월급이 아니고 주급을 줍니다! 현금 흐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단점은, 검수 알바처럼 고정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요. 일감이 개별적으로 분배되는 게 아니라, 에이전시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등록된 걸 먼저 확인하고 찜한 사람에게 주어지거든요. 근데 한국어가 희소한 언어라 수요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일감은 하루에 많아도 한두 건 정도 등록되는데 달려드는 사람은 체감상 전국민인 것 같습니다. 거의 아이돌 콘서트, 아니면 연휴 귀성길 기차표 예매 수준으로 미친듯이 빠르게 확인하고 클릭을 해야 잡을 수 있어요. 여태 한 열 건 놓치고 어제 겨우 한 건 잡았습니다.

이외에도 말도 안 될 정도로 타이트한 마감(수락한 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 끝내야 하는데, 순 투입 시간이 약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그리고 검수 대상으로 랜덤 선별되었다가 점수가 좋지 않으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즉시 잘린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뭐... 몇 달 뒤에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군요.


일단 한 번 해보니까 꽤 재미가 있길래 다른 에이전시에도 지원서를 넣어놨습니다. 무운을 빌어주세요.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아르바이트 외 창작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음... 이건 아르바이트만큼 할 말이 많을 것 같지 않아서 좀 부끄럽네요! 일단 올해 중으로 이전 책과 유사한 분량이나 완성도를 갖춘 단행본을 내긴 힘들 것 같습니다. 빨라도 내년 상반기를 바라보고 있고요. 


원래는 저의 가정폭력 경험의 사회문화적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는 셀프-르포 에세이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이건 차차기작으로 미루게 될 것 같아요. 개요를 잡는 데에만 두세 달이 걸렸고 그 뒤에도 서너 편의 글을 쓰긴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가슴이 주저앉고 잠이 오지 않는, 혹은 잠을 너무 많이 자는 불안/회피 현상을 끊임없이 겪었어요.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기억을 떠올리는 게 여전히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도전할 용기를 차곡차곡 모은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결심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던 경험에 대한 에세이부터 써보려고 해요. 요즘은 비혼이 대세라고 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죠. 저도 사실 해보니까 왜 그런지 정말 알 것만 같은 순간들도 있었지만(...ㅎ), 어쩌면 가장 전통적이고 엄숙한 의미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동시에 누군가의 가족으로 편입되는 경험이 저에겐 기대 이상으로 정말 따뜻했거든요. 많은 사랑을 경험했고 그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에요. 그 이야기를 하다보면 원 가족 얘기를 할 힘이 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한 양의 원고와 준비를 필요로 할테니... 그전에 조금 더 작고 얇은, 책자 형태에 그림이 주가 되는 짤막한 책들을 내볼까 싶기도 해요. 오랫동안 구상하고 있었던 아이디어가 몇 개 있거든요. 다만 당분간은 새로운 알바에 적응도 해야 하고, 반려하는 고양이들이 연달아 아파서 그것부터 우선 순위를 두려 해요. (한 마리는 결막염에 걸렸고, 또 한 마리는 자꾸 기침을 하는데 천식인 것 같대요. 아휴.)


저런... 반려묘들이 얼른 건강해져야 할텐데요! 더 길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곘지만, 아쉽게도 벌써 분량이 4천 자를 향해 가고 있어서 독자님들의 눈알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만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사실 저의 작품을 스스로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부터 나의 작품을 좋아하고 당당하게 알리고 싶은 애정이 있어야, 그 마음에 타인도 감화된다고 하니까요. 반면 작품을 만든 사람부터 별로다, 맘에 안 든다, 이런 평가를 갖다 붙이면 읽는 사람 역시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꾸준히 남겨주신 댓글을 읽으며, 작가의 의견과 상관 없이 좋은 글들은 여전히 좋았다고 기억해주실 분들인 것 같아 이렇게 용기내어 말해보았습니다. 저의 글과 여러분들의 존재를 합쳐서 10점으로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할게요. (만약 구독료를 내셨었다면, 부디 그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만 않았길 바랍니다...)


늘 그렇듯, 시즌4는 기약이 없습니다. 잊을 때 즈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다가올 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ba4845fc25228.png(마무리는 꼬순내 가득한 고양이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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