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인스타그램, 이제는 진짜 이별...할 수 있을까?

연옥
202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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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비장했던 휴업 공지)


아마도 완벽하게 이별하는 건 불가능할 거다. 

조직에 속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경하고, 거기서 뜻밖의 기회나 영감을 발견하는 일도 온라인 세상 밖에서는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겠지. 그런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오프라인 장소에 가면 되니까. 하지만 이런 폭염 속에서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날씨 핑계를 차치하고도 내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인데, 그런 기회를 찾아서 매일 돌아다니거나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젠 내가 원해도 날 받아줄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무시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인스타그램을 쉬어보고 싶었다. 그럼 대체 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이렇게 적으면 인스타그램이 무슨 나의 인생을 뒤집어놓으신, 불의 발견 내지는 바퀴의 발명에 비견할만한 엄청난 혁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쯤은 맞는 말이다. 독립출판 세상에 처음 입문하면서 그렇게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면 나의 첫 책을 응원해줄 동료들, 북페어나 클래스 같은 정보 등등도 얻지 못했을 거다.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 하겠다고 용기내어서 글을 올렸을 때 사람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주는 게 정말 큰 응원이 되었다. 아주 큰 원동력이었다. 


그 원동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내가 하는 일을 일단 세상에 보여줄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일거수일투족을 초 단위로 계-속 공유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일을 그만두면 무슨 일이 생길까?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아질까?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을까? 인스타툰 계정을 처음 만들었던 시절이 생각났다. 어떻게든 좋아요나 댓글을 하나 더 받기 위해, 탐색 탭에 노출되기 위해 기를 쓰고 맞팔과 댓글 품앗이를 하며 돌아다녔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게 너무 불안하고 두려웠다. 생각보다 인스타툰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정말 많았고, 그걸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러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가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다. 나보다 팔로워가 100명이 더 많은 사람보다 나의 그림은 100명 정도의 관심을 덜 받을 정도로 부족한 거겠지, 이런 식이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리 운이나 알고리즘의 은혜와 같은 변수가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성공하는 콘텐츠의 공식은 존재한다(고들 다들 말하니까). 웃기지만 나도 팔로워가 1천 명을 넘기기 전까지는 계속 발을 동동거렸다. 팔로워가 그 정도 되지 않았던 시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읽었다면, 이런 글을 쓰는 내가 지나치게 고고한 척 한다고 욕했을 거다. 마치 난 그렇게 관심을 갈구하고 SNS에 목을 메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좀 더 우아하고 고급진 예술가인 척 하는 것 같아서.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갑자기 1천 명이라는, 나에게는 나름 기념비적인 네 자리 숫자를 찍은 순간 뭔가 힘겹게 붙들고 있던 지푸라기가 탁- 하고 꺾이는 느낌이었다. 지금부터는 더 이상 팔로워 수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1천 명이 된 순간 갑자기 내가 노출이 엄청 많이 되거나 노출을 필요로 하는 일을 엄청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자동으로 샘솟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목표는 참 신기루 같다. 드디어 도착해서 깃발을 꽂는 순간 목표는 더 이상 목표가 아니게 된다. 

더욱 확실해졌다. 이젠 인스타그램과 이별할 순간이 왔구나. 그래도 전처럼 불안해지지는 않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두 번째 이유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스타그램이 추천해준 한 릴스 덕분이다. 한참 무기력증에 빠져 하루종일 릴스만 보던 시절, 미국에서 꽤나 큰 인기를 얻고 있다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엄청 욕을 먹고 있던 한 데이팅 앱 얘기를 접했다. "생각해보세요. 데이팅 앱은 여러분이 자신에게 잘 맞는 짝을 찾길 바라지 않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앱을 떠날 거니까요. 데이팅 앱이 계속 돈을 벌려면 여러분들의 체류 시간을 어떻게든 늘려야합니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충분히 가능할 법한 가설인데, 왜 나는 여태까지 데이팅 앱은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을 최대한 빨리 찾아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었던 걸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계속 맘에 안 드는 사람들만 나에게 추천해주면 굳이 짝을 찾지 않아도 앱을 삭제할테니 그러지는 않겠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본업에 충실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이미 배우자와 일대일의 독점적인 애정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실 그 앱이 이렇든 저렇든 내게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만들어준 릴스, 그리고 그게 올라온 앱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전보다 머리를 조금 더 세게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인스타그램도 분명 사용자들이 최대한 오래 체류하길 바란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팔로워들의 교집합을 뽑아 관련된 콘텐츠를 추천하고, 거기에서 내가 더 오래 체류하거나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하위 주제를 선별하면서 나를 붙잡아 둘 방법을 보다 고도화한다. 관계자나 이과생이 보면 '저게 무슨 소리야...' 싶을 수도 있는 문과적 비약이지만, 큰 틀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은 대동소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튼. 

그러고보면 나 역시 인스타그램을 그런 용도로 쓰고 있었다. 나를 알아봐줄, 나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읽고 좋아요나 댓글을 남기면서 나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체류해 줄'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서로가 서로의 콘텐츠를 그렇게 소비하면서 중간 중간 나오는 광고를 소비하거나, 내가 광고주가 되어서 인스타그램에게 돈을 줄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최대한 그러기 쉽도록 앱을 설계했을 거런 사실에 새끼 손톱 정도를 걸어본다. 

모두가 서로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를 질러댄다. 광고비를 내면 인스타그램이 내게 확성기를 쥐어주고 좀 더 잘 보일만한 곳에 띄워준다. 그게 인스타그램이었다. 다른 SNS는 이 정도로 깊게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인스타그램은 그런 곳이었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더 오래 체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앱.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분명 내게 득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실제로 어느 정도 그러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했고, 이 정도로 나의 시간을 많이 뺏기고 무언가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을 유발하는 공간이라면 아무리 득이 커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침 재택 아르바이트와 번역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직접 소비자를 찾아나서야 하는 예술 활동으로, 모임 기획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났다. 최소한 몇 주 만이라도. 


PS.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인스타그램 본 계정을 사용하지 않은지 약 2주 째다. 오늘 잠시 홍보물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부득이 로그인을 했다가, 문득 탐색 탭을 누르거나 뉴스피드에서 다른 사람들의 근황을 살펴보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었다. 그 유혹을 물리치고(악귀야 물러나라) 다행히 다시 로그아웃을 했지만, 그러다가 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봤다. 인스타그램 없는 삶이 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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