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o]영상 번역 관련 가벼운 리서치 후기 및 이런저런 생각들

연옥
2024-07-08
- 영상 번역은 문서/출판 번역과 상당히 다르다. 시간의 구애를 크게 받는 영상이라는 매체 특성상 압축적으로, 간결하면서도 맥락을 풍부하게 담아낸 번역을 잘 하는 게 관건인듯.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작업해야 하기도 하고. 뭔가 그 업계 안에서 통용되는 룰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그냥 언어 잘하는 걸로는 비벼볼 수도 없는 분야인 것 같다.
- 그래서 아무래도 독학으로는 업계를 뚫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져서 영상번역 아카데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 업체의 개수가 그리 많지는 않고 커리큘럼도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번역 에이전시에서 설립했고, 초심자들을 위한 입문반과 입문반 수료 후 일정 수준의 실력이 입증된 수강생 대상으로 실전반을 수강할 기회가 주어진다. 실전반을 수료한 뒤 역시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학원을 운영하는 아카데미 소속 번역가로 일할 기회도 생긴다고 한다.
- 가격은 60~80만원 선. 짧게는 1달 반, 길게는 3개월 동안 진행된다. 특이하게도 거의 모든 수업이 온라인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오프라인 수업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좀 아쉬웠다.
- 일단 기간도 비교적 짧고, 짧은 기간에 비례해 엄청나게 저렴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격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이고, 오프라인 참여 옵션이 있는 업체를 우선 순위로 두고 거기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기로 했다. 가는 김에 학원 시설도 보고 필요하면 상담도 받아볼 예정.
-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보면서 예상은 했지만, 일감이 급하게 들어오고 데드라인도 굉장히 촉박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도 일이 들어오면 모든 일정 내팽개치고 새벽 늦게까지 일을 했었다. 썩 끌리는 조건은 아니지만 출퇴근을 안해도 되는 일이라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 유튜브 자막 작업자 구인도 알아봐야겠다. 꼭 당장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단가와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 어쨌든 영화, 드라마 등 영상이라는 매체와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그래도 쉽게 질리지 않을 자신은 있다. (일이 힘들거나 권태로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건 어떤 일을 해도 마찬가지니까)
- 같은 책만 보니까 점점 지겨워지는데 어떤 식으로 리프레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원데이 클래스에서 자막 번역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그걸 듣고 사용해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 설레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이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영상 말고 출판번역이 좀 더 나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고... (근데 현재까지의 짧은 경험상 영상 번역이 조금 더 잘 맞긴 했다.) 내년에 한국문학번역원 아카데미 지원도 고민 중인데 아카데미에서 강조하는 '영한 번역' '문학 번역'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기도 하다. 영상 번역 아카데미를 비롯한 대부분 번역 수업들이 한영번역이 아닌 영한번역에 압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고.
- 만약 아카데미를 다니게 된다면 그런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올라운더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러다가 이도저도 안 될까봐 걱정이기도 하고...
- 생각해보면 문서 번역, 출판 번역은 해봤지만 '문학' 번역은 경험해보지 않아서 의외로 흥미를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고전 소설들을 읽고 있는데, 내가 읽고 있는 이 내용을 시대상을 반영해서 쫄-깃한 번역을 할 수 있다면 엄청 짜릿할 거란 생각도 든다.
- 그럼 영상 번역 공부가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일단 현재로서 마음이 더 많이 기울어있는 분야니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아카데미 수업을 들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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