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의 두 번째 북페어를 마치며

연옥
2024-10-12

네일기 작가님의 픽업을 기다리며 쓰는 글.


1. 올해부터 부쩍 새로운 북페어가 눈에 띄게 많이 생겼다. 특히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평소에 북페어가 흔히 열리지 않던 지역에서 유독 많이 보인다. 이미 몇 차례 반복되어 어떤 분위기이고 어떤 관람객들이 오는지 데이터가 쌓인 북페어에 비해 더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확실한 건 독립출판이라는 분야를 낯설어하는 분들이 많다. 어느 페어에 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런 신생 행사에선 유독 그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꼭 책이라는 주제에 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도 그냥 나들이 차원에서, 호기심에 구경 오는 분들도 많다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셀러 입장에서 다시 말하자면,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살 의사를 가지고 이 행사에 방문하는 거야’라는 분들이 다수 같지는 않았다.

행사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신생 행사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자 그냥 내가 주관적으로 관찰한 바에 불과하다. 많이 파신 분들은 생각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2. ‘독립출판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오랜만에 받았다.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창작자의 개성이 넘치는, 대체로 혼자서 기획부터 유통까지 도맡아 하는,

이런 표현을 포함해 뭔가 주절주절 대답을 했는데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대형 서점에서 흔히 보는 책들이랑은 확실히 뭔가 다르긴 해요.‘

끄덕끄덕.


3. 나는 책을 많이, 빨리 팔고 싶어서 책을 만드는 걸까?

분명히 자기표현에서 출발한 작품인데 시장에 던져지는 순간 갑자기 기획 단계에서는 의도적으로 머릿속으로 밀어냈던 자본의 논리에 마구 휘둘리기 시작한다.

팔리지 않으면 불안하고 슬프다. 돈이 궁해서 그럴 때도 있지만 내 작품이 가치 없다고 느껴져서 그럴 때가 더 많다.

꼭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가치 있는 건 아닌데 말이다.

아니, 애초부터 ’솔직한 자기표현‘ 말고 어떤 대단한 이념이나 목표를 가지고 책을 만든 것도 아닌데.

팔리지 않으면 괜히 작아진다. 


4. 이번 페어에서는 번 것보다 더 쓰게 될 것 같으니, 이왕 그럴거 화끈하게 주머니 털어보자는 마음으로 다른 부스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은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작품을 무려 나의 초상화라는 형태로 간직하게 되었다.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리고 찢어서 만든 명함도 받았다.

이 명함을 주신 브루노 작가님은 내가 그림책을 만든 것처럼 즉흥적으로 작업을 하는 분이라 무척 반가웠다.

종이에 잉크를 흘려서 잉크 자국을 만든 다음, 그 자국을 보고 떠오르는 그림을 자국을 중심으로 그린 다음, 거기서 파생된 즉흥 시를 그림 옆에 담은 책을 샀다.


북페어에서 나의 그림책을 소개할 때 좀 부끄럽기도 하고 주저되기도 했었다. 그림이 다듬어지지 않은 게 뻔히 보였다. 당연하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 생각으로 기획도 밑그림도 일절의 수정도 없이 만든 책이니까.

브루노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하던 대로 해야지. 잘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5.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던 나의 미니북. 멋진 소개글 감사합니다.


끝.